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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 오카다다카시 (2015)

커피 라이터 coffee writer 2022. 1. 27. 15:29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 오카다다카시 지음 (출처: 밀리의서재)


“나는 왜 사람들에게 의지하지 못할까” 또는 “나는 왜 사람들에게 과하게 의지할까”하는 고민을 최근 2번 이상 해봤다면, 읽어볼 만한 책.

이 책은 안정형 애착관계를 갖지 못한, 모든 불안/회피형 애착관계자들을 위한 내용으로
첫 번째 목적은 객관적으로 나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고, 두번째 목적은 스스로를 속박하고 있던 공포에서 벗어나 ‘진짜’ 삶에 뛰어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어떤 형태의 불안정 애착관계이든, 과거의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 공포로부터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방어기제 같은 것이었다.
애착 대상과 떨어졌을 때 불안형 애착이라면 상당히 불안해하며 돌아온 대상에서 화를 내는 반면, 회피형 애착이라면 떨어졌을 때나 돌아왔을 때에도 무반응으로 대한다고 한다.
즉, 1) 불안형은 내게 다시 관심을 가지라며, 외적으로 공포심을 표출하고 2) 회피형은 나도 외면하겠다는 자세로, 내적으로 공포심을 외면하며 애착 대상과 떨어지는 것에 대해 두 유형 모두 ‘외면받는다는 것’에 대해, 실체보다 큰 공포심을 느끼는 유형인 것 같다.

이 중 나는 ‘회피형’ 애착 관계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측되는데, 특히 강박성 인격장애 - 지나치게 책임이 강한 노력가형의 성향에 크게 공감하였다. 이 시대의 K-장녀로서 의무 속에 지낸 어린 시절의 영향이 있었나 보다.

 이것이 바로 강박성 인격 장애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사람은 질서나 규칙을 중시하며, 의무나 책임을 다하는 것을 지상의 명제로 삼고 부지런히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워커홀릭이 되기도 하며, 자신을 돌보지 않기 때문에 심신질환이나 우울증에 걸리곤 한다.

(중략)

 이런 유형의 사람은 아무리 궁지에 몰리더라도 ‘일을 줄여 주십시오’라거나 ‘저는 못하겠습니다’라고 말하지 못한다.
 그렇게 하면 회사나 주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타인의 기대에 부으하지 못한 자신이 못났다고 생각하며 그런 자신이 사라지면 된다고 생각한다. 못한다는 말을 할거면 차라리 도망치자고 생각한다. 부담을 줄여달라거나 휴가를 보내달라고 말할 거면 자신이 죽어 없어지는 편이 낫다고까지 생각하고 만다.

(중략)

 일에 대한 문제가 그것 자체로 머무르지 않고, 상대방에게 인정받았는지, 마음에 들었는지 하는 인간관계의 문제로 변환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과도하게 상처받거나 지치지도 하며, 사소한 질책이나 주의도 자신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어 일을 오래 지속하지 못하는 원인이 된다.
 한편 일은 일로써 분명하게 선을 긋한 경향이 강하므로 일에 대인 관계나 정서적인 문제가 끼어드는 일이 드물다. 그래서 일은 잘하지만 인간관계가 표면적이기 때문에 인맥 형성이나 관리의 측면에서는 어려움이 있다.

 실제 이러한 성향으로 지난 해 새벽까지 자발적으로 근무한 날이 꽤나 많았고, 나 자신을 돌보지 못한 채로 번아웃 상태로 보내고 말았다.

 이러한 상태에 대해, 작가는 '말 그대로 현실적인 문제에서 회피하려는 성향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말한다. 현실적인 문제를 직시하지 못하고 도망만 치다보면, 자신의 인생을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여러가지 해결방법을 제시하는데, 그 중 '폭로 요법'이 가장 와닿았다. 
 폭로 요법이란, 제일 무섭고 두려운 상황을 상상해봄으로써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만드는 것이다. 처음에는 고통이 강하게 몰려들지만, 그래도 그 상황을 계속 떠올려보면 그리 심각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깨닫는다고 한다.

 이 요법이 가장 와닿은 이유는 최근에 겪었던 일들로부터 '최악일 거라고 상상했지만, 실제로는 그리 최악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이는 나 혼자만의 경험이 아닌지, 어느 온라인 유저가 남긴 글도 같은 맥락을 가지고 있었다.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인생은 최악이라고 생각한 것보단 무난하게 흘러가고, 최고라고 기대했던 것보단 덜하게 흘러간다는 것이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도, 너무 기대하지도 말고 하루를 즐겁게 사는 것에 집중하자는 것이었다.

 개인주의화된 사회일수록 회피형 인간의 비율이 늘어난다고 한다. 내가, 그리고 누군가가 회피형 인간이 된 것은 내 탓이 아니고 어쩌면 나에게 주어진 환경 탓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는 나의 선택이겠지.

 마지막으로 작가가 나에게 던진, 한 마디의 문장을 끝으로 '진짜' 삶으로 나아가보려고 한다.

 위험을 피하려고 힘들게 찾아온 기회를 포기하거나 인생의 가능성을 좁혀버리면, 그것으로 정말 위험을 피했다고 할 수 있을까.

 정말 필요한 것은 불안이나 공포로부터 도망치는 게 아니라, 그것들 앞에 과감히 자신을 드러내고 맞서는 게 아닐까. 불안이나 공포를 안고 살아가는 것이 삶이라고 한다면, 그것으로부터 도망치려는 것은 자신의 인생으로부터 도망치는 것과 같다.

 

(서평을 마치며)

 책을 읽는 내내 그렇게 크게 공감했으면서도, 서평을 쓰는 일이 너무나도 어렵게 느껴졌다. 그것은 내 것으로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뜻이겠지 싶어서,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꼭 서평을 쓰고 마무리까지 하리라 다짐했다.

 작성일을 보니, 꼭 3일이 걸렸다. 그 3일간 나는 책을 내 기억 속에 다시 새겨넣는 작업을 했다고 생각한다. 만족한다.
(서평을 쓰게 된 이유 중 하나도, 전혀 기억하지 못했는데 내가 이미 이 책을 끝까지 읽었던 기록이 남아있었다. 어쩜 그렇게 한 조각도 기억하지 못했는지 충격적일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