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아몬드, 손원평 (2017)

청소년 소설로 정평난 아몬드는
삶의 의미를 돌아볼 수 있는 책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삶의 목적이 행복하기 위한 것,
다르게 표현하자면 불행을 피하는 방식이라면
아몬드가 말하고자 하는 삶의 의미는
그 모든 사건을 포함하는 삶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포용하는 자세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에는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지 못한 세 아이가 등장한다.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이유로 모두에게 외면받는 윤재,
부모로부터 자식으로서 존재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이수,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쓸모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도라.
셋은 만남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이해받는 존재가 되어가며 성장한다.
도라는 꿈(달리기)을 쫒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고
이수는 자신의 존재를 진정으로 인정받는 경험을 하며
윤재는 자신 안에 내재된 벽이 무너지며,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 터져나오는 경험을 하게 된다.
세 아이가 성장해나가는, 몇 번의 계절을 바라보며
정서라는 지능이 얼마나 혼란스러움을 주는지,
그럼에도 얼마나 만족감을 주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인간은 지능(IQ)을 가지게 되면서
지구 최상의 포식자가 될 수 있었지만
동시에 발달된 감성(EQ) 역시 가지게 되었다.
나와 타인을 구분하여 인식하면서
외부로는 남과 비교하게 되고
내부로는 나라는 존재를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생기며
삶 속에서 고통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
최근 SNS를 보다보면, ‘가난하면 아이를 낳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이전보다 더 자주 접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의, 식, 주 모든 소유물에 기준을 부여하며, 경제적인 지원이 전부인 것처럼 서로를 구분 짓는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는 정서적 지원을 간절하게 원하기도 한다.
한동안 끈끈한 가족애로 주목받은 가수 에릭남과 이소은의 사례를 보면, 부모의 무한한 신뢰를 바라는 듯 보이기도 한다.

결국 인간에게 정서적 지원과 경제적 지원 중 무엇이 먼저인가 하는 기준에 대한 고민이 아닐까 싶다.
그 답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아마도 아몬드는 정서적 지원이 더 중요하다고 본 것 같다.
몸이 성장하는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운 청소년기
나의 세계는 너무나 작고, 친구가 무엇보다 소중하고
내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운 시기.
그 혼란 속에서 내가 어떠한 존재이든 받아줄 수 있기를 바라는 작은 아이가 마음 속에 남아있는 것 같다.
“사람들은 곤이가 대체 어떤 앤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나 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단지 아무도 곤이를 들여다보 려고 하지 않았을 뿐이다
존재 그 자체를 인정한다는 것.
그것은 무한한 애정을 요구하기에
주로 부모님으로부터 충족되기를 바라지만
아몬드의 이수, 또는 곤이처럼 주변의 그 누구라도
나를 인정해주는 이가 있다면 세상을 살아가는
의미를 찾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 스포주의)
주인공 윤재는 태어날 때부터 감정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병을 가지고 있다.
이 병이 바로 귀 쪽 머리 어딘가에 박힌 두 개의 아몬드같는 기관, 편도체로 소설의 제목과도 같은 곳이다.
이로 인해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여겨지며 어른 아이할 것없이 기피 대상으로 여겨지지만, 엄마와 할머니의 사랑과 부단한 노력으로 평범한 아이가 되고자 한다.
하지만 한순간에 두 보호자를 모두 잃고, 윤재는 같은 건물에 살던 심교수의 도움을 받아 독립에 나선다.
어느 날, 윤재는 자신을 찾아온 윤 교수를 만나게 되는데
자신이 잃어버린 아들 역할을 대신해줄 것을 부탁한다.
그러나 이것이 진짜 아들이었던 이수의 미움을 받는 계기가 되어 학교에서 괴롭힘을 받게 된다.
이수는 윤재를 괴롭히지만, 곧 감정이 없는 아이임을 깨닫고 그만둔다. 그리고 호기심에서 시작된 감정은 두 아이가 친해지는 계기가 되어 가까워진다.
이수는 윤재와 가까워진 이후로 좋아진 듯 보이지만, 여전히 질이 좋지 않은 친구들과 어울리며 평이 좋지 않다.
이로 인해 다시 불량 청소년의 길을 걷게 된다.
하지만 이번엔 윤재의 도움으로 자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을 확인하며, 이야기는 열린 결말로 끝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