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겁 많은 우리가 자신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위로의 글.
하지만 더 적극적이고, 더 공부하고, 더 노력해라. 회사가 아닌 너를 위해서- 라는 말로 맺는 팀장님의 훈화같은 글.
직장인으로 살면서, 연말이란 마음 속에 잊혀졌던 '불안'을 상기시키는 달이었다.
그 언젠가 내가 호기롭게 새웠던, 혹은 너라면 할 수 있다며 막무가내로 주어진 목표에 대한
평가가 주어지는 달이며, 동시에 그에 대한 신상필벌이 주어지는 달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인사평가는 회사마다 12~2월까지 차이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연말이 되면 그 해의 평가는 끝났다고 생각한다.)
그 불안함이 스멀스멀 기어나올 때쯤, '회사인간'이라는 단어가 나를 사로잡았다.
이 책은 마치 실무자와 임원 사이에 끼인, 팀장님이 쓴 글같다는 인상을 주었다.
목차의 순서처럼, 임원에게 '사원들을 불안하게 하는 일은 그만하고, 좀 더 자유를 주세요'와 같은 주장을 하는 반면
사원에게 '회사가 아닌 너를 위해, 살아남으려면 더 적극적으로 임해라'와 같은 주장을 보여준다.
언젠가 팀장님에게 들어본 것 같은 언어에 불편하기도 하지만
누구보다 중간에 끼어 고생하고 있는, 그야말로 '낀 세대'가 해주는 말이기에 더 공감이 되기도 한다.
그 중에서 나를 힘들게 하는, '인정'에 대한 글이 있었는데
이 책은 이 구절을 하나 건진 것만으로도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고, 큰 의미가 되었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남들이 보는 나에 대해 신경쓰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회사에서 존경심을 갖게 되는 사람들도 직원을 잘 부려서 혹은 정치를 잘해서 초고속 승진한 임원이 아니고 자신에게 집중하고 자신의 분야에 정통한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이야말로 회사에서 지위와 상관없이 사랑과 존경을 받을 수 있고 받아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머리는 진정한 행복이 자리를 잡기에는 너무 초라한 곳이다. - 쇼펜하우어 『소품과 단편집』 중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외로움과 천박함 중에 선택해야 한다면 저는 외로움을 선택하겠습니다. 지위를 상승시키려는 혹은 지키려는 미숙한 노력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받는 월급 이상의 가치를 회사에 제공한다면 제 위치에 대해서 부끄러울 일도 자랑스러울 일도 없습니다. 다만, 저의 전문성에 대한 긍지는 온전히 제 것이 될 것입니다."
이 문장들이 그동안 회사에서 느꼈던 외로움이 무엇인지, 그에 대한 해답은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 같았다.
나 역시 중간관리자로서 끼인 위치에서, 아래로는 팀원들에게, 위로는 팀장님에게 일적으로, 인적으로 외면받지 않았으면- 내 존재에 대해 인정받았으면- 하는 욕망에 휩싸여 괴로웠던 것 같다.
그리고 나의 내면을 알고, 이런 욕망을 내려놓은 첫 출근날,
마음이 훨씬 가벼웠다. 회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남이 아닌 내 자신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인적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일도, 그리고 사내 평판을 유지하는 일도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긴 호흡으로 보면, 그 안에 있는 나를 지키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그 어떤 목차 하나 버릴 수 없을만큼 소중한 글이지만
직장인으로서 나의 마음이 불안하다면, 근데 그 불안이 어디서부터 시작했는지 알 수 없다면
한번쯤은 읽어보라고, 감히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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