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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텐츠 한바닥평

[서평]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2021)

by 커피 라이터 coffee writer 2022. 2. 21.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출처: 밀리의 서재)

 

 이 책은 상처받은 경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주인공이, 인생에서 좌절이라곤 겪어보지 못한 것 같은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을 따라가며 극복의 비결을 찾는 이야기이다.

 그가 만들어온 삶의 자취를 따라가보면,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스탠포드의 학장으로 훌륭한 제자들을 키워낸 스승, 명망있는 어류학자, 그리고 전쟁을 막아서기 위해 노력한 평화주의자였다.
 그는 한평생 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류의 존재를 밝히기 위해 노력했으며, 모든 표본이 사라지는 자연의 위기 속에서도 다시 살려내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은 참된 학자였다.

 반면 그는 스탠포드 대의 설립자인 부인을 죽인(것으로 추정되는) 범인이자, 그것을 의도적으로 감추려고 노력한 공범이다. 그리고 자연의 가지(상하계층)이 존재한다는 믿음 하에 우생학을 법제화한 악인이기도 하다.

 그에게는 강한 자기확신이 있었기에 고통을 버텨낼 수 있었지만, 그 확신은 내가 무너지지 않기 위해 남을 무너뜨리는 근거가 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그가 가진 '자기확신'은 축복일까, 아니면 '축복을 가장한 악'이었을까.

과학은 진실을 비춰주는 횃불이 아니라, 도중에 파괴도 많이 일으킬 수 있는 무딘 도구라는 것을 깨닫는다.

좋은 과학이 할 일은 우리가 자연에 "편리하게" 그어놓은 선들 너머를 보려고 노력하는 것, 당신이 응시하는 모든 생물에게는 당신이 결코 이해하지 못할 복잡성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나도, 작가도 판단을 내리기 어렵지만, 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그것은 그릇되었다.
'일반적으로 과학은 믿음을 싫어하기 때문이다'라는 책 속 구절처럼, 과학은 증거가 있다면 언제든 새로운 이론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학문이기 때문이다.

 이 구절을 읽으며, 알쓸신잡3에서 접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 역시 자신의 예언자가 해 준 교훈을 반추했더라면...

알쓸신잡3, 그를 과학자로 볼 수 없는 다양한 이유들 (출처: TVN 유튜브 채널)

 

 이 책이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는 '세상에 변하지 않는 진리는 없다'가 아닐까 싶다.
 모든 사람들이 평범함을 꿈꾸고, 스테레오 타입에 자신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것이 과연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인지 알 수 없다. 그나마 명확한 것은 모든 이들이 느끼는 행복의 지점과 크기가 다르다는 것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할까. 이 책은 우리에게 아름다운 문장을 남기고 끝을 맺는다.
 우리는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포기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자만이 알게 되는 삶의 의미가 되지 않을까.

별들을 포기하면 우주를 얻게 되니까, 그런데 물고기를 포기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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