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직장 판타지물'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밝고 희망적인 드라마.
직장이라는 배경이 현실감을 더하지만, 더할 나위없이 긍정적인 주인공의 에너지 덕분에 현실을 벗어나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줄거리는 주인공인 '쿠로사와 코코로'가 출판사에 입사해, 만화 잡지인 '바이브스'의 편집자로 성장하는 내용을 그린다.
그 내용을 보면 이전에 열풍을 일으켰던 드라마 '미생'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다만 '미생'이 신입사원 절망 편이라면, '중쇄를 찍자!'는 신입사원 희망 편이랄까...?
- 아무리 뛰어난 신입사원이라도, 1년 안에 선배들의 노련함을 뛰어넘을 역량을 보여주기는 힘들다는 점에서 희망적인 판타지물에 가깝긴 하다.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만 100% 해내도 엄청나게 뛰어난 사원이다!)
다만 주인공인 쿠로사와를 보면서, '미생'의 장그래를 떠올렸던 이유는 '체력'의 중요성 때문이었다.
극 중 쿠로사와는 체육대학에서 국가대표를 꿈꾸던 유도선수였지만, 부상을 계기로 회사원이 되기로 한다. 전혀 다른 길을 가게 되었지만, 운동을 했던 경험은 그녀에게 큰 자산이 되어주는데 그 중 하나가 '체력'이다.
단적인 예시로 A4 용지 1장이 넘어가는, 수많은 서점을 직접 방문하는 미션을 받고도 그녀는 밝고 힘차게 육교를 2칸씩 뛰어넘고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으로 뛰어올라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지친 기색없이 점원들을 만나, 제 할 일을 해낸다.
체력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앉을 수 있다면 서 있지 말고, 누울 수 있다면 앉아있지 말자'를 절실하게 실천하는 나와는 전혀 다른, 에너제틱한 모습이 인상 깊었다. (회사원으로서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
그 순간, 언젠가 인터넷에서 보며 '맞아, 맞아'를 외치게 만들었던 글이 생각났다. '친절함과 성실함은 체력에서 나온다.'
맞다... 누구나 힘들어 할 극한의 상황에서도 그녀가 밝은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체력 덕분이었던 것이다.
심리학자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인내심은 마치 배터리처럼 사용할수록 줄어든다고 한다. 힘든 상황일수록 나 자신에 대한 인내심을 모두 소진해 타인에게 예민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강한 체력을 가지고 있던 쿠로사와는 덜 힘들다고 느끼기에, 아껴둔 인내심으로 타인에게 더 친절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이야기를 '미생'에서도 다루고 있다.
(방영 당시에 많은 이들이 나처럼 '맞아, 맞아'를 외쳤던 것으로 기억한다.)
네가 이루고 싶은 것이 있거든 체력을 먼저 길러라.
평생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되거든 체력을 먼저 길러라.
게으름, 나태, 권태, 짜증, 우울, 분노...
모두 체력이 버티지 못해 정신이 몸의 지배를 받아 나타나는 중상이다.
체력이 약하면 빨리 편안함을 찾게 마련이고, 그러다보면 인내심이 떨어지고
그 피로감을 견디지 못하면 승부 따윈 상관없는 지경에 이르지.
이기고 싶다면, 충분한 고민을 버텨줄 몸을 먼저 만들어
정신력은 체력이란 외피의 보호없이는 구호밖에 안돼
직장인, 요즘은 직업인으로서 프로 정신이 가장 중요하다며, 정신적 측면을 강조하는 이야기를 자주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직장인이든, 직업인이든 육체적 측면이 먼저 갖춰져야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 주, 혹은 한 달이면 끝나는 프로젝트의 수도 많지만, 정말 중요한 프로젝트는 1달 이상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일 때가 있다. 그런 중요한 순간에 체력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미생'에서 접한 얘기처럼 승부따윈 상관없게 되어버릴 지도 모른다.
뭐든지 밝은 에너지로 임하고, 성공적인 결과로 마무리하는 쿠로사와의 모습에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동시에, 체력은 만사의 근본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기며 작심삼일을 새로고침한다. (22년을 맞이한지 3달이니 작심삼월인가)
(이 에피소드는 '중쇄를 찍자!' 2화에서 언급되니, 더 자세하게 알고 싶다면 1화를 거쳐 2화까지 보는 것을 추천!)
이 외에도 '직장인'으로서 역할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 화는 6화이고, 개인으로서 행동을 되돌아보게 만든 화는 5화였는데 이것은 2편으로 이어서 적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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