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컨텐츠 한바닥평

[드라마평] 일본 드라마 '중쇄를 찍자!', 넷플릭스 (2016) - 2편

by 커피 라이터 coffee writer 2022. 3. 17.

드라마 '중쇄를 찍자' (2016), 넷플릭스 썸네일

 

 지난 글에 이어서, 일본 드라마 '중쇄를 찍자!' 드라마평을 적어보려고 한다.

 

 '중쇄를 찍자!'는 주인공인 '쿠로사와 코코로'가 출판사에 입사해, 만화 잡지인 '바이브스'의 편집자로 성장하는 내용을 그린다.

 신입사원인 쿠로사와가 노련한 선배들을 밀어내고, 우수 편집자가 된다는 점에서 (그것도 빠른 시간 내에) 직장 판타지물에 가깝지만, 성과에 시달려본 직장인이라면 대리만족의 희열을 짜릿하게 맛볼 수 있는 작품이다.

 

 앞서 2화에서는 주어진 일에 긍정적으로 임할 수 있는 근간, '체력'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이번에 적을 5화는 '사람은 왜 선하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되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착하게 살아야 한다'

 어렸을 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던 얘기건만, 어른이 되는 순간 우리는 급격한 반전을 겪게 된다.

착하게 살면 바보다, 착하다는 말은 칭찬이 아니라 욕이다, 착하게 살면 나만 손해를 보게 된다...

그렇게 '착하다'를 최고의 칭찬으로 여기며 자라왔던, 어른이들은 혼란스러움과 의구심을 가지게 되는 단계를 지난다.

"왜 착하게 살면 손해인 것일까? 정말 착하게 살면 바보인 것일까?"

 

인터넷에 떠도는 말 중 하나. 착하게 사는 것에 대한 인식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중쇄를 찍자!'에서는 '아니다,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착한 행동은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한 행동이며, 내 안에 운을 쌓기 위한 과정이다'라고 이유를 덧붙인다.

 

 이러한 주장은 출판사 '흥도관'의 사장인 쿠지의 이야기로 풀어가는데 (스포 주의)

 어릴 적 공부에서 뚜렷한 재능을 나타냈지만,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며 광산 노동자로 살 수밖에 없었던 쿠지는 자신의 인생을 비관하며 삐뚤어진 삶을 살게 된다.

 그러던 중 동네에서 부유하다고 소문난 노인이 혼자 있는 것을 보고, 술김에 돈을 빼앗으려다 '운을 쌓아야 행복해질 수 있다'는 말을 듣게 된다.

 어쩌면 삶에 한 번쯤은 들었을 법한, 흔한 말임에도 인생이 그저 고되기만 했던 쿠지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온 모양이다.

 그는 시골생활을 청산하고 공장에서 돈을 벌고, 우연히 읽게 된 책을 통해 '흥도관'에 입사하기를 꿈꾼다. 그렇게 10년 뒤, 그는 정말로 흥도관의 사원이 되었고, 운을 모으기 위해 착실한 삶을 사는 길을 택한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에게는 운을 헛되이 쓰지 않고, 선한 행동을 계속해나갈 때마다 성공이 뒤따랐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화의 끝에 이어지는 쿠지의 선택은... 운에 미친 자라고 할 밖에. 나라면 NAVER.......)

 

 '평생 직장은 없다'는 말이 보편화되고, 말 그대로 '사직서를 마음 한 켠에 항상 넣고' 다니는 직장인들이 늘어나는 요즘, 사원에서 시작해 대표의 자리까지 올라갔다는 쿠지의 이야기는 고전설화와도 같다.

 하지만 운에 대한 이야기는 업을 떠나, 누구에게나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착하게 살면 바보라고 말하지만, 오래 곁에 머물고 싶은 사람을 고르라면 '선한 사람'을 꼽는다. 그리고 사람이 모이는 사람 곁에는 기회가 오기 마련이다. 그렇게 찾아온 기회를 잡을 수 있는가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지만, 적어도 기회가 더 많이 찾아오는 사람일수록 성공할 가능성도 더 높아지게 되지 않을까.

 

 착하게 살면 손해를 본다니, 정말 맥이 쭉 빠지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히어로가 세상을 구원하는 아름다운 세계만 그릴 줄 알았던 DC코믹스에서 조커와 할리퀸의 이야기를 내놓고, 그에 수많은 이들이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고, 그 캐릭터에 공감을 표하기도 하는 요즘이다. (물론 히어로보다 인간적이긴 하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선한 이들이 걸어온 삶에 감동받고,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고 위로받는다.

 누구나 자기 자신을 구원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나 자신만을 구원하기 위해 살아가는 삶의 끝에는 과연 무엇이 남아있을까. 그 끝에는 세상에 나 혼자인 듯한, 지독한 외로움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물론 돈이 많다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돈이 많다면 오래오래 사람들을 내 곁에 둘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선한 행동으로 운을 쌓고, 쿠지처럼 그 운으로 일(業)에서 성공을 만들어내는 건 어떠냐고 제안하고 싶어졌다.

 이와 일맥상통한 이야기로 몇 년 전 주목을 받았던 '선한 영향력'이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사회적 동물로서 내가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면, 그래도 선한 영향력을 만들어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나와 그 상대방을 위해서라도.

 각자도생이라는 말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요즘, 우리는 이 시대를 어떻게 건너가고 있는가를 되돌아보게 되는 화여서 참 좋았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