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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텐츠 한바닥평

[서평]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 김키미 (2021)

by 커피 라이터 coffee writer 2022. 3. 6.

 

 퍼스널 브랜딩 (Personal branding)
 몇 해 전부터 쓰이기 시작하더니, 요즘엔 무슨 뜻인지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지만 그 쓰임이 낯설지 않은 단어다.
 그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면 아래와 같은데, 요약하면 "한 인물에 대해 차별화된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퍼스널 브랜딩                                                                        
 개인을 하나의 브랜드로 보고 개인의 꿈, 철학, 가치관, 비전, 장단점, 매력, 전문성, 재능 등을 분석해 지향하는 포지션과 목표를 정하고 커뮤니케이션 툴과 채널을 통해 브랜드화하는 것을 말한다. 어떤 인물에 대한 명확하고 지속적인 이미지를 제시해 관련 개인이 관여하고 있는 일이나 비즈니스, 제품, 서비스 등을 차별화하는 것을 포함한다.                                                                                     *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PR용어사전)

 

 평생직장이라는 말보다 파이어 족(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 직장인보다는 직업인을 꿈꾸는 요오즘 사람들에게 퍼스널 브랜딩은 선망의 대상이 아닐까 싶다. 나 자신의 가치로 먹고 사는 것만큼, 평생 안정성을 지켜줄 수 있는 방법은 전무하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 사훈 (출처: 우아한 형제들 기술 블로그)

 

 하지만 퍼스널 브랜딩은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자신만의 차별성은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그저 막막하기만 하다. 이런 대혼란 속에서 '퍼스널 브랜딩을 해보고 싶다면, 앞서 잘 나가는 기업의 브랜딩 전략을 따라해보자'고 작가는 제안한다.

 책에는 브랜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고 있을 '힙'한 브랜드의 스토리가 담겨 있는데, 그 브랜드들의 철학을 알아가는 과정도 즐겁지만 작가의 치열한 고찰을 따라가는 과정이 더 즐겁다.

 내가 가장 놀라웠던 이야기는 크게 2가지로, 브랜드 정체성과 브랜드 자산에 대한 것이었다.
 첫 번째, 브랜드 정체성에선 헷갈릴 만한 개념을 구분하는데 퍼스널 브랜딩과 인플루언서, 브랜딩과 마케팅이 그러하다.

 "브랜드라는 게 많이 알려져야만 브랜드인 건 아니잖아요. 나만 알고 싶은 브랜드도 있는 거니까요."

 

 인플루언서와 브랜드로서 개인은 뭐가 다르지? 그에 대해 가장 적확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유명한 브랜드만이 대중에게 기억될 수 있으니까, 나 역시 브랜드란 수많은 팔로워를 갖는 것이 전제조건이라고 생각했다. (달리 말하면, 수많은 팔로워가 없다면 그것은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이지, 브랜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위 문장에 따르면, 개인일지라도 정체성을 가지고 일관성있게 행동한다면 그것은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팔로워는 브랜드가 성장하는 '그 이후 단계'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마케팅은 타인에게 "저는 좋은 사람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브랜딩은 타인으로부터 "당신은 좋은 사람이군요"라는 말을 듣는 것이다.

 

 다음으로 둘을 구분하자면, 마케팅은 나에게서 일어난 것이지만 브랜딩은 상대의 인식 속에서 생겨나는 것이었다. 그래서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려면, 나에게 '어떤' 좋은 점이 있는지 정체성을 찾는 것이 퍼스널 브랜딩의 시작이었다.

 두 번째, 브랜드 자산에선 직업인으로서 브랜딩의 필요성을 너무나도 뼈 아프게, 현실적으로 이야기했다.

 필드와 스페셜리티의 조합은 '필요한 때'에 탐색되는 대상군을 결정 짓는다. 여기에 '얼마나 쉽게 떠오르는가' 하는 회상 용이성까지 함께 작동한다면 베스트. 나의 일을 말하는 방식에도 브랜딩이 필요한 이유다.

 

 돈을 벌기 위해선 누군가의 '수요'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수요의 맞은 편엔 '제가 그 수요를 충족할 수 있어요!'라고 외치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공급이 존재한다.  

 직장인이라면 보통 소속된 회사와 직급, 연차로 나를 표현한다. 그런데 내가 퇴사한다면? 내가 다니는 곳이 대기업이 아니라면? 업으로서 나의 가치는 사라지는 것일까?

 나의 가치를 지키려면, 회사명을 빼고도 나를 표현할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것이 필드 X 스페셜리티 정도면 좋겠지만, 세상에는 나와 동일한 필드, 비슷한 스페셜리티를 가진 직업인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 나를 회상시킬 만한 키워드가 필요한 것이다.

 

 이 외에도 브랜드 정체성이 무엇인지, 브랜드 자산은 어떻게 형성해야 하는지, 브랜드 인지도는 어떻게 만드는지, 그리고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할 것인지에 대해 수많은 고찰이 담겨있다.

 다만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시사하는 바는 '나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탄생한 이래로 남들과 나를 비교하기에 가장 쉬운 시대가 지금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수많은 SNS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그 안에서 화려한 글과 사진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것들을 보고 있자면, '남'은 어떠한 사람인지 계속해서 생각하게 만들고, '나'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할 여지를 주지 않는다. 내 안에 기록된 경험과 정체성은 발견하지 못했기에 표면적인 나와 남을 비교하고, 더 나아가면 남을 따라가기 위해 노력하게 만든다.

 하지만 남들과 비슷한 나는 트렌드에 불과할 뿐이고, 모든 속도가 빠른 이 세상에서 트렌드는 순식간에 흘러갈 뿐이다. 그런 트렌드에 나의 가치를 맡길 수 없다면, 불가변한 나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 나는 나를 알아가야 할 것이다. 화려한 사람들을 알고 있기에, 대면하기에 내 자신은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자신이 경험해온 길은 유일무이한 것이기에, 나만의 이야기가 숨겨져 있지 않을까.그것을 어떻게 매력적으로 표현할 지는 브랜더의 역량이겠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으로도 내 인생의 의미를 찾는 순간이지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퍼스널 브랜딩을 하는 방법'보다 '정체성을 찾는 방법'에 대해 알려준 책이라고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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