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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텐츠 한바닥평

[서평]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2013)

by 커피 라이터 coffee writer 2023. 8. 21.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출처: 밀리의 서재)

 

 

추리소설 하면 떠오르는 작가, 코난 도일과 애거서 크리스티.

원조격인 그들의 이야기야말로 추리소설이 그리울 때면 다시 찾는,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글이다.

(단언컨데 그들의 오리지널리티는 따라잡을 수 없다)


얼마전 전 온라인 게시글에서 스치듯,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 중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이야말로

오리엔트 살인사건에 버금가는 명작이라는 후기를 보고, 온 주말을 바쳐 읽기 시작했다.

이 사건은 제목 그대로, 작은 마을의 유지인 애크로이드 씨가 자신의 집 서재에서 살해된 채 발견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그 날 애크로이드 집에는 가족 뿐만 아니라 비서, 집사와 하인들, 친구까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눈을 피해서, 범인은 어떻게 살인을 저지를 수 있었던 것일까?

📜 사건
애크로이드 씨가 자신의 집 2층, 서재에서 죽은 채 발견되었다.
그는 의자에 앉은 채 단검으로 등 뒤를 찔려 사망했다. 이는 의사가 검시를 완료한 사실이다.
서재의 문은 단단히 잠겨있었지만, 창문은 열려있었다.
외부의 흔적을 증명하듯 창틀에는 진흙투성이의 발자국이 찍혀있고, 창문 아래서부터 도망간 발자국이 남아있다.
얼핏 보아 사라진 물건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 등장인물
👤 로저 애크로이드: 펀리 파크의 오래된 유지. 부인의 죽음으로 결혼생활을 한 차례 마무리했으나, 이웃인 패러스 부인과 불륜 관계라는 소문에 휩싸인다. 패러스 부인이 사망하며 소문은 사그라드는 듯했으나... 그것은 사실이었고 그녀는 사망하기 전 그에게 알 수 없는 편지를 하나 남긴다.


👤 제임스: 소설의 화자. 작은 마을의 의사로 근무하고 있다. 남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편이나, 자신의 환자이자 친구인 애크로이드가 사망하며 포와로의 사건 조사를 돕는다.

 

👤 포로트(a.k.a 포와로): 제임스의 이웃집에 나타난 수상한 남자...인 줄 알았으나, 은퇴 후 삶을 즐기려던 탐정. 처음엔 사건에 관여하지 않으려 했으나, 모든 진실을 밝혀도 좋다는 의뢰인 플로라 애크로이드의 약속에 따라 사건을 조사한다.

그 외 등장인물
👤 플로라: 애크로이드의 조카이자, 랠프의 약혼녀. 아버지가 사망한 이후, 어머니인 세실과 펀리파크로 이사와서 함께 살고 있다.

👤 세실: 남편의 죽음 이후, 시숙에게 의지해서 살고 있다. 딸인 플로라를 아끼는 전형적인 어머니.

👤 랠프 페이턴: 플로라의 약혼자이자, 로저 애크로이드의 아들. 실은 입양된 아들이다. 잘생긴 외모로 마을에서 손꼽히나, 행실은 영 그렇지 못하다.

👤 파커: 애크로이드 집안의 집사. 애크로이드가 살해당하던 날, 2층에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된다.

👤 러셀: 애크로이드 가의 관리인. 늘 이성적인 모습으로 믿음을 사지만, 애크로이드가 살해되기 전 날 제임스에게 마약에 대해 자세히 묻고 간다.

👤 핵터 블런트: 애크로이드의 친구. 유명한 사냥꾼으로 총기에 능숙하다. 전 지역을 떠돌지만, 2년에 한 번 가량 애크로이드를 찾아 2주 가량 머문다.

📜 전개

사건 당일, 어김없이 왕진 중이던 제임스는 다급한 듯한 로저의 호출에 그의 집으로 방문한다.

로저는 제임스에게 죽은 패러스 부인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마침 집사 파커가 로저에게 편지를 전하고, 그것이 패러스 부인이 사망하기 전 그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편지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안에는 그간 불륜 사실에 대해 누군가에게 협박받고 있었음을 고백하며, 협박범의 정체에 대해 알리는데...

로저는 별안간 편지를 닫으며 혼자 읽고 싶다고 말한다.

 

이에 제임스는 방을 나서고, 혼자 있고 싶다는 로저의 뜻을 전한 뒤 집으로 향한다.

집으로 향하는 길, 제임스는 애크로이드 가의 위치를 묻는, 온통 검은 옷을 입고 낯선 억양을 쓰는 이방인을 만난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집에 도착한 뒤 제임스는 로저가 사망했다는 집사 파커의 전화를 받는다.

 

그리고 다시 도착한 애크로이드 가의 저택.

문이 잠긴 서재 안에서 단검에 등이 찔린 채 사망한 로저를 발견하고, 그 날의 행적을 하나씩 살펴 나간다.

 

🔒결말부터 궁금하다면, 맨 아래로 이동🔒 

 

#의심 1. 사건 당일, 2층의 인물들

혼자 있고 싶다는 로저의 말에도, 그 날 서재가 있던 2층에는 2명의 인물이 있었다.집사 파커와 조카인 플로라.

 

집사 파커는 여느 때와 같이 술과 술잔을 가져다주는 길이라고 말했고2층에서 마주친 플로라는 애크로이드가 혼자 있기를 원한다는 말을 전하며 모두 내려간다.

 

그러나 집사 파커는 제임스와의 대화에서 '협박'이라는 단어를 듣고, 돈을 뜯어낼 구실을 찾아내려고 했을 뿐플로라와 마주친 뒤 1층으로 내려왔고, 제임스가 다시 집에 온 뒤에야 그와 함께 서재로 향했을 뿐이다. (혐의 없음)

 

그렇다면 플로라는? 그녀는 애크로이드와 마주친 적이 없다. 오직 그의 방에 들어갔을 뿐.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도 낭비벽을 줄이지 못했던 그녀는 끊임없는 독촉장에 시달렸고, 이를 타파할 방법으로 애크로이드의 지갑에 손을 대기로 한다. 그렇게 40파운드를 훔쳐나오던 길, 집사 파커가 올라오는 소리를 듣게 되고...마치 서재에서 나오는 것처럼 위장하며, 자신이 2층에 올라간 이유가 들키지 않기를 바란다. (혐의 없음)

 

#의심 2. 거액의 상속자

로저가 사망할 경우, 유산은 가족들에게 돌아가게 된다.특히 양아들인 랠프 페이턴에게.

 

다른 지역으로 잠깐 이동했다는 랠프, 그리고 로저의 말과 달리마을에서 그를 봤다는 증언들이 쏟아지며, 범인에 대한 의심은 랠프 페이턴에게 쏟아지게 된다.평소 양아버지인 로저에게 반발심을 가지고 있었으나, 동시에 로저의 유산 상속자이기 때문이었다.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다는 그의 말은 사실이었으나, 사건 당일 그는 애크로이드 가에 방문했었고...그 이유는 놀랍게도 그의 아내이자 애크로이드 가의 하녀인 어슐러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플로라의 약혼자로 알려진 그는 이미 하녀 애슐러와 결혼한 사이였으나양아버지의 마음을 구슬러 유산을 상속받고자 하는 마음에 플로라와 약혼하는 척했던 것이다. (이는 플로라도 마찬가지)그러나 사건 며칠 전, 이 사실을 양아버지에게 들켜 어슐러는 며칠 내 쫒겨날 신세가 되었고 혹시나 자신의 부인이 앙심을 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집으로 들렀던 것이다. (혐의 없음)

 

#의심 3. 마약에 대해 묻는 비서

사건이 일어나기 전 날, 관리인 러셀 양은 제임스를 찾아가 '약'에 대해 묻는다.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을 만한, 하지만 사람을 죽일 만큼 강력한 약에 대해 아는 바가 있는지, 그리고 마약에 대해서 말이다.그리고 사건 당일, 그녀는 집 앞 창고에 있었다. 왜 그녀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집 밖에 있었던 걸까?

 

그녀에게는 숨겨진 아들이 있었다. 일을 이어나가기 위해 아들의 정체를 숨긴 채 지금까지 살아왔지만...유학을 보낸 아들이 마약에 빠지며, 자신에게 돈을 받기 위해 애크로이드 가까지 찾아오게 되자 창고에서 급히 만나 돈을 건넨 것이다.지금까지 바른 행실로 관리인의 자리를 공고히 해왔던 그녀에게 그보다 들키지 싫었던 비밀은 없었을 것이다. (혐의 없음)

 

🔒결론(스포주의)🔒

로저가 살해당한 날, 파커는 9시 넘어서까지 그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했지만...

그것은 로저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가 몰래 주문한 구술용 녹음기의 소리였다.

 

이 기계에 대고 말을 하면, 얼마 뒤 다시 녹음된 목소리가 흘러나오는데...

그 원리를 이용해 9시가 넘은 시각, 다시 목소리가 흘러나오도록 해서 알리바이를 만든 것이다.

 

그리고 그가 살해당한 뒤, 서재로 들어와

모두가 시체에 집중하는 사이 구술용 녹음기를 몰래 치우며 증거를 없애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로저가 특정 시간에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리려면

아침에 발견되어서는 안된다. 그보다 앞서, 사망한 직후인 밤에 발견되어야만 한다.

 

그렇다면 사건 당일 그와 만났고, 그가 밤에 발견될 수 있도록 만든 사람.

동시에 가장 먼저 증거인 구술기를 치우러 들어갈 수 있었던 사람.

그 사람은 바로, 의사 제임스였다.

 

#범인, 제임스

그는 죽은 패러스 부인과 로저 사이의 불륜 관계를 눈치채고 있었다.

이를 이용해 패러스 부인에게 계속해서 협박 편지를 보냈고, 그 대가로 거액의 돈을 받는다.

그러나 부인의 마음을 이용하는 것도 잠시, 협박으로 인해 큰 압박감으로 느꼈던 그녀가 삶을 마감하며 이 역시 끝난다.

 

다만 패러스 부인이 협박범의 정체를 알리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로저의 호출에 그의 집으로 방문했던 제임스는 패러스 부인이 남긴 편지의 정체를 알게 되고...

협박범임을 들킬 수 없었던 그는 로저를 살해하게 된다.

 

이러한 전말을 명탐정 포와로에게 들키게 되지만, 제임스는 아니라는 말과 작은 미소만 남기고 떠난다.

하지만 집에 돌아온 그는...? 들켰다는 절망감을 느끼며 사건의 전말을 담은 글을 포와로에게 남기고 삶을 마감한다.

 

 

이야기는 수많은 등장인물로, 이들에 대한 묘사가 도대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 알 수 없는 가운데주인공 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에게도 서사를 부여하며 풍성하게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다.

 

사실 주변 인물들의 서사가 약할수록, 이야기가 단편적이라는 느낌을 주기 쉬운데1926년이라는 시간을 고려했을 때, 어떻게 복합적인 서사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지 그저 놀라울 뿐이다.최신 스릴러 소설, 영화와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다시 한 번 추리소설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를 가슴에 새기며, 추리소설을 한껏 즐긴 채 주말을 마감했다.또 오싹함이 그리워진다면, 그녀의 소설 중 다른 에피소드를 읽어보려고 한다.

 

<별첨>

추리소설을 읽을 때 좋은 배경음악을 하나 추천해본다.이 배경음악과 함께 읽으니, 내가 마치 탐정이 된 것처럼 2배 더 흥미진진해지는 기분

 

https://youtu.be/WBbVUDVJb3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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