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참 편안한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돈만 있다면 생활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외주로 맡길 수 있다.
식사는 배달으로, 빨래는 코인세탁방으로, 택시는 미리 예약해서 타고, 심지어 집정리도 전문가의 손길로 하루면 끝낼 수 있는, 소비 만능주의 세상이 아닐까?
이런 세상의 흐름을 거슬러, 소비단식을 하겠다고?
라고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이런 짤이 떠오른다.

신용카드를 써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지 않을까.
분명 다 내가 쓴 돈인데, 카드이력을 보면 낯설다...
이 책의 주인공 역시 현대사회의 미덕인 소비에 한없이 너그럽고, 카드이력은 매번 새롭게 느껴지는 사람이다.
그런 그녀가 소비단식을 결심한 이유는 1달치 카드비가 450만원을 넘겼다는 문자를 받은 일이었다.
큰 소비없이 몇만원씩 썼을 뿐인데, 그 돈이 모여 450만원이 되었다는 것. 동시에 빚 2,600만원이 남았다는 것.
숫자가 현실로 다가오며, 소득을 늘리지 않는 한 지출을 줄이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니, 지출을 줄이지 않는 한 소득을 늘려도 한없이 부족하다 생각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결론적으로 주인공은 빚을 모두 갚았고, 적금까지 만드는 데에 성공한다. 비결은 크게 2가지.
💳 첫 번째, 두려움을 마주하는 것.
계획없이 돈을 사용하던 때에는 명세서를 열어보는 것조차 두려웠다고 한다. 금액도 금액이지만, 나의 소비습관이 어떠한지 실체를 마주하는 것이 껄끄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두려움은 실체를 인지하는 순간부터 힘을 잃는다.
소비이력을 보면 줄일 수 있는 목록들이 보이고, 이것부터 줄여나가다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어렵지 않다.
💳 두 번째, 나에게로 시선을 돌리는 것.
언제부터였을까. 모두가 경쟁적으로 소비를 하기 시작하던 때는. 많은 사람들은 ‘SNS가 인기를 얻게 된 순간부터’라고 이야기를 한다.
SNS에 접속하자마자 영-리치를 수도 없이 마주한다. 시시각각 마주칠 뿐만 아니라, 몇년치씩 쌓여온 그의 소비 히스토리까지 볼 수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마치 나만 빼고 다들 잘사는 것만 같은 박탈감. 그것이 소비를 부르고 자랑하게 만든다.
그러나 나에게로 시선을 돌릴 때, 내가 가진 것과 내게 필요한 것을 알게 된다.
그녀는 냉장고를 정리하고, 옷장을 정리할 때 비로소 만족할 수 있었다고 했다. 내가 가진 것으로도 적당히 배부르고, 적당히 만족스럽게 입을 수 있음을 알았기 때문에.
사실 이 두 가지 비결은 모든 문제에 적용되는 듯하다.
특히 내게 두번째 ‘나에게로 시선 돌리기’와 연결지어 매 계절마다 생각하는 ‘입을 옷이 없네’에 대한 해결책을 얻었다.
패션 프로그램에서 빠지지 않는 단어, 믹스매치.
나는 이 단어의 늪에 빠져, 마치 매일 옷을 다르게 조합해서 입어야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그러나 문득, 어제 직장동료가 뭘 입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나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옷마다 마음에 들었던 착장을 기억하고, 그대로 입었다. 대신 그 주기가 너무 짧지 않을 정도로만 관리했다.
그 결과, 올 여름에는 옷을 고르는 데에 하루 10분도 쓰지 않았다. 더불어 어떤 옷이 부족하구나, 하는 깨달음에 딱 한 벌. 티셔츠 한 장만 더 구입했다.
결국 모든 문제는 외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고
다시 말하면 직면하는 것으로부터 해결되는 것 같다.
완벽한 사람은 없기에 우리는 매순간 문제를 직면한다.
그 순간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나 자신이며, 그저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조금의 용기뿐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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