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일 블루 아이(pale blue eye)는 선택의 이유보다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영화'였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이자
다크나이트의 히어로인 크리스찬 베일, 해리포터의 두들리인 해리 멜링이 등장하며
OTT의 대표,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영화의 제목이 줄거리의 어떤 부분을 상징하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얗다 못해 푸른 겨울 풍경을 배경으로 했기 때문일까 생각했는데
무감정한 눈빛과 불길한 감정을 뜻하며, 현대적으로는 감정이나 인간미가 결여된 모습을 상징한다고 한다. (땡큐, Chat GPT)
이러한 단어의 상징적 배경을 고려한다면,
영화는 인간으로서 감정과 삶의 의미를 상실해버린 사람의 서사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주인공은 아우구스투스 랜도르(크리스찬 베일),
현재는 은퇴한 경찰로 보이지만, 한 때 지역에서 어려운 사건을 해결하며 꽤나 이름을 날렸던 형사다.
그에게 육군사관학교에서 살인사건에 대한 의뢰가 들어오고
그는 이 사건에 관심을 보이는 생도, 애드거 앨런 포(해리 멜링)와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 나간다.
랜도르에게 사건을 맡기게 된 계기는 나무에 목을 맨, 그러나 심장부가 도려내진 학생이 발견된 것이었으나
수사를 진행하며 또다른 학생이 심장부가 도려내진 채 살해되고, 한 학생은 두려움에 학교에서 도망친 것으로 보인다.
총 3번의 살인, 그리고 살해 후 심장부를 가져갔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는 이 사건에서
범인은 누구를, 왜 해하려고 했던 것일까?
사실 가장 궁금했던 점은, 범인보다 왜 애드거 앨런 포라는 실존 인물을 등장인물의 이름으로 정했을까 였다.
단순히 미스터리물이기 때문에 설정했다고 말하기에는 실망스럽지 않은가?
이 이름의 가치는 영화의 마지막 20분에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인터뷰에서 원작의 작가인 바야드는 포의 유명한 경구를 사용하며, 영화 전체의 메시지를 담았다.
"네가 듣는 것은 아무도 믿지 말고, 네가 보는 것의 절반만 믿어라"
(Believe nothing you hear, and only one half that you see)
이러한 메시지는 미스터리 장르가 지닌 '우연한 사건은 없다'는 원칙을 가장 잘 보여주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사건과 사건이 마주칠 확률이 백만 분의 일이라도, 모든 현상들을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추리의 원칙이며
이를 가장 잘 표현한 추리소설 대가의 말을 빌리기 위해, 등장인물로 설정한 것이 아닐까.
추리소설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결국 사회에 절대적인 선도, 악도 없다는 것이 아닐까.
대의를 위해 수사하는 경찰마저 개인의 복수를 위해 범인을 이용하고, 탐정이 진범을 잡더라도 쉽사리 고발하지 못한다.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인 세상 속에서 선과 악은 공존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점을 항상 기억하고, 세상을 바라볼 때 절대적인 시선을 갖지 말라는 것이 내가 이 장르를 사랑하는 이유임을 깨닫는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면
🔎 첫 번째 살인을 사건을 조사하던 랜도르는 생도인 애드거 앨런 포를 조수로 무상고용(?)하며
육군사관학교 내부의 사정을 파악하도록 지시하는데 (스포일러 주의)
첫 번째로 살해된 학생의 손에 쥐어진 쪽지의 일부로, 그날 밤 어딘가로 오라는 약속이 있었음을 알아내고
심장부를 안전하게 제거하기 위한 장소인 얼음창고에서 흑마법과 관련한, 즉 주술적 의미에서 사건이 발생했음을 짐작한다.
랜도르는 애드거 앨런 포에게 학교 내부에 주술과 관련한 집단이 없는지 살펴보도록 지시하고
포는 마을의 의사인 마퀴스의 아들이 운영하는 비밀조직의 일원으로 참여하게 된다.
마퀴스와 친분을 쌓으며 집에 초대받은 포는 그의 동생인 리아에게 첫눈에 반하고
그녀에게 데이트까지 신청하지만, 이로 인해 그녀를 좋아하던 또다른 생도와 다투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포와 다투었던 생도가 두 번째로 살해되었고
앞서 살해된 생도와도 친분이 있었던 사이였음이 밝혀지며 포는 순식간에 유력한 용의자로 의심받는다.
그러나 범인을 추적하던 랜도르는 범인이 목 맨 자의 심장을 노리는 흑마법을 믿는 자임을 기억하고
의사인 마퀴스의 집에서 흑마법과 관련된 책을 발견하며, 그의 집안과 관련됨을 밝혀낸다.
알고보니, 간질을 앓던 마퀴스의 딸 리아는 흑마법 주술 이후 자신의 몸이 나았다고 생각하며
흑마법으로 온전히 건강을 되찾겠다는 잘못된 욕망을 가졌고, 하나뿐인 동생을 살리겠다는 오빠가 그녀를 도와
학교 생도들을 죽이며, 주술에 필요한 인간 재료들을 모아왔던 것이다.
랜도르는 리아에게 빠져 심장을 잃을 뻔했던 포를 구하지만, 간절했던 주술이 틀어지며 리아와 그의 오빠는 죽음을 맞이한다.
이로서 사건을 마무리된 듯하지만,
포는 랜드로를 다시 찾아가 사건의 진상을 다시 밝힌다.
사실 첫 번째 살인의 범인은 랜드로이며, 그의 딸을 범한 육군사관학교의 생도들을 벌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가출한 것이라고 말한 그의 딸은 어느날 밤, 무도회에 갔다가 육군 생도 3명에게 몹쓸 일을 당하게 되고
그 후유증으로 아빠의 눈 앞에서 생을 마무리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랜드로는 그의 딸이 마지막으로 남긴 생도의 목걸이를 보며 복수를 결심하고
목걸이의 주인을 살해하며, 함께 일을 벌인 생도들의 이름까지 알아내어 두 번째 살인까지 행한다.
다만 그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있다면, 그가 죽인 자의 심장을 리아와 그녀의 오빠가 우연히 가져간 것이며
그들의 범죄로 넘기기 위해 해당 사건을 맡고, 두 번째 살인 이후 일부러 심장부를 적출해낸 것이었다.
포는 눈물로 랜드로의 범죄를 밝혀내지만 그를 진범으로 고발하지 않았고, 랜드로 역시 눈물로 그녀의 딸을 보내준다.
마지막으로 이야기의 여운이 남아, 더 자세한 배경을 살펴보고 싶은 이들을 위해
작가의 인터뷰를 담은 기사를 덧붙여보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https://www.seoul.co.kr/news/life/movie/2023/01/09/20230109500143
‘페일 블루 아이’ 에드거 앨런 포의 다른 면모 엿볼 수 있는 영화
지금 넷플릭스에서 만날 수 있는 ‘페일 블루 아이’(스콧 쿠퍼 감독)를 봐야 할 이유 가운데 첫손 꼽고자 하는 것이 예상치 못한 미국 작가 겸 문학평론가 에드거 앨런 포(1809~1849)와 만날 수 있
www.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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