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행복'은 말 그대로 주인공, 신유나가 자신을 위한 행복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그 행복이 나, 그리고 나의 혈족이라는 (심지어 부모님도 포함되지 않는) 좁디 좁은 범주라는 특징이 있지만.
1장. 그녀의 오리들
신유나, 그녀는 겉으로 보기엔 참으로 완벽한 여자였다.
여성스러운 외모에,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은 사업가. 동시에 한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었다.
그러나 그녀에게도 그림자는 존재했다.
아이를 키우며, 이혼한 전 남편과 면접 교섭권을 두고 다투고 있었고
현 남편의 아이와 자신의 아이를 두고, 어떻게 가족을 형성할 것인지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복잡한 사건들이 상황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언니 재인의 오랜 남자친구이지만 , 전 남편이 실종되었고
아이의 친양자 입양을 거절한, 현 남편의 아이가 자는 새에 돌연사하고 만다.
2장. 그녀는 누구일까
유나는 어릴 적부터 '빼앗겼다'는 감정에 예민한 아이였다.
어쩔 수 없는 어른들의 사정에 의해 조부모 손에 맡겨지면서, 언니 재인에 대한 미움과 박탈감이라는 감정을 배웠다.
이후 자신의 행복을 빼앗아간다는 느낌을 받을 때면, 유나는 이성을 잃어버렸고 기어코 상대의 교통사고까지 유발했다.
그러한 행동은 그녀의 남자친구에서 아버지, 그리고 ... 누구도 그녀를 말릴 새 없이 뻗어나갔다.
3장. 완전한 행복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일까?
유나를 둘러싼 인물들이 그녀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현 남편인 은호도, 언니인 재인도, 그리고 전 남편의 동생인 민영도.
그러나 현 남편이 자신을 배신했다는 감정에 휩싸인 유나는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다시 한 번 배신의 대가를 보여주려던 그녀는 결국 한 때 자신을 사랑했던 사람들에 둘러싸여, 운명의 결정을 내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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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덧셈이 아니야, 행복은 뺄셈이야. 불행을 하나하나 지워나가는 것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것."
이 문장 하나에 주인공, 신유나의 가치관이 그대로 담겨있다고 깨닫는 동시에 소름이 돋았다.
그녀에게 세상은 오로지 나에게만 하이라이트를 비춰야 하는 무대 위 같았다.
주인공인 그녀의 서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 누가 되었든지 무대에서 사라지도록 암전해버리는 것이다.
물론 누구에게나 자신이 세상의 주인공이라고 인식하는 시절이 존재한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내가 없어도 세상은 멀쩡하게 돌아가며, 나는 그저 범인 중 하나였다는 것을.
그것을 우리는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부르며, 이 과정을 통해 사회, 그리고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녀는 타인을 거부했다. 아니, 처음부터 받아들인 적이 없는 사람 같았다.
자신이 주인공이어야 할 세상에서 조금이라도 하이라이트의 빛이 벗어난다면, 자신의 몫을 빼앗겼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그녀 주변의 사람들은 하나하나 제거되어갔다.
처음엔 그녀의 남자친구와 자신의 아버지, 그녀의 전 남편과 현 남편의 아이까지...
결국 언니와 그녀의 전 남편까지 제거하려 했지만, 자신이 의지했던 혈족(딸)까지 자신을 배신했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나머지
그녀 자신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던 것 같다.
그러한 그녀의 나르시시즘적 모습이 낯설지만은 않다고 느껴졌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본 글이 생각났다. 요즘 아이들은 타인을 마치 게임 속 NPC처럼 인식한다고.
또 요즘 아이들은 타인이 이야기를 하든 말든, 교실 안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에 익숙하다고.
어쩌면 적정 인구밀도를 잃어버린 사회의 단면일까,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쳐지나갔다.
인구가 과밀한 국가에선 인권의 개념이 희미해진다.
반대로 인구가 소멸하는 국가에선 한 사람의 무게가 과대평가된다.
베이비 붐에서 출생률 0.6이 되기까지, 단 2세대 밖에 걸리지 않은 우리 사회이기에
이러한 변화가 눈에 띄게 나타났을 지도 모를 일이다. (나도 모르는 새에 변했다면, 그것도 그것대로 무서운 일이다.)
신유나라는 인간상을 바라보면서 혐오스러웠지만
동시에 사회성 혹은 배려라는 이름을 잃어버리는 요즘, 스스로 경계가 필요하는 마음이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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