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수녀들은 이전 '검은 사제들'의 스핀오프* 작품이다.
동일한 세계관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감독이 다른 만큼 확연히 다른 색채를 가진 작품이라고 느꼈다.
* 스핀오프: 기존의 작품이나 회사에서 파생된 새로운 작품
검은 사제들은 전통적인 카톨릭의 구마의식을 보는 느낌이라면
검은 수녀들은 카톨릭과 한국 전통신앙의 콜라보레이션 (마치 성당에서 굿을 하는...) 같은 느낌이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가볍게 볼 오컬트 영화를 찾는다면 추천하겠지만
사바하, 검은 사제들과 같은 긴박감을 기대한다면 추천하지 않겠다...
이 영화는 관객의 궁금증을 모두 해결해주는, 친절한 영화는 아니었다.
장편소설 중 마지막 장편, 유니아 수녀가 사건을 해결하는 장면만 똑 떼어내서 본 느낌이었을까?
영화에 등장하는 '귀태'라는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미카엘라 수녀의 서사는 자세하게 다루지만
정작 서품도 받지 못했다는 수녀가 어떻게 김범신 신부로부터 구마의식을 배운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또 구마의식을 준비하고, 행하는 과정 역시 많은 것이 생략되어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유니아 수녀의 구마의식에는 항상 기름통이 따라다니는데, 사실은 성수를 한가득 담은 통이다.
'아니 저게 다 성수야?'라는 대사가 나올 정도라면, 성수는 구하기 힘든 성물이라는 뜻일텐데
그러기엔 매 구마의식마다 엄청난 양의 성수가 쓰인다.
게다가 베드로의 성물조차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악마는 성수 앞에서 힘을 쓰지 못한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교황청으로부터 성물을 받기 위해 노력한 것인지도 이해하기 힘든 지점이다.
마지막으로 구하기 힘든 성수와 성물까지 준비했던 두 수녀는 왜 악마를 담아낼 동물을 구하지 않았을까?
검은 사제들에서 작은 돼지를 이용했던 것을 보면, 자신을 희생하지 않고도 방법을 찾을 수 있었을텐데.
어쩌면 얼마 남지 않은 생이니, 다른 삶을 구하고 자신이 희생을 감내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유니아 수녀의 마음을 표현하기에는 생략된 내용이 지나치게 많아 보인다.
그저 소외된 자들, 서품받지 못한 수녀와 무당으로 인정받지 못한 귀태
그들이 만들어내는 희생으로 새로운 삶을 구한다는 주제의식 하나를 위해 '검은 사제들'의 배경을 이용한 느낌이다.
오컬트라는 장르가 가져다주는 신비함, 그리고 스토리가 가져다주는 긴박함을 기대하고 봤다면
'검은수녀들'은 핍박받던 유니아 수녀가 얼마나 유능한가에 초점이 맞춰진 느낌이다.
분명 유니아 수녀는 유능하다.
그러나 아무런 신념도 배경도 없이, 그저 유능하기만 한 캐릭터는 매력적이지 못하다.
연기 잘하기로 유명한 배우들을 모아두고, 이 정도의 스토리를 그려낸 것이 못내 아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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