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의서재14 [서평] 여름, 이디스 워튼 (2020) 여느 때처럼 책테기(책+권태기)가 계속되던 시기새롭게 읽어볼 만한 책 없을까 방황하던 중, 제목처럼 싱그러운 표지를 가진 책, 이디스 워튼의 을 마주했다. 계기는 위에 적은 그대로다. 그냥 예뻐서, 책 표지가 여름과 잘 어울려서.그러나 책을 다 읽은 시점, 나의 감상은 처음처럼 간단명료하지 않다.단순하게 성장소설이라고 이름 붙이기엔, 왜 세상은 무지한 자들에게 이렇게까지 무자비한가 하는 씁쓸함이 남는다. 책의 줄거리는 초여름에서 여름, 그리고 초가을을 맞이하는 것처럼주인공 채리티가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아가기 시작하고 열렬히 빠져들고 말지만, 결국 현실 앞에 사그라들고마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야기의 서사는 어쩌면 평범해보일지도 모르겠다.한 다리 건너면 모두가 알 것 같은 작은 마을, 노스도어에.. 2025. 7. 20. [서평]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2018) 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와 함께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가장 현실적으로 그려낸 SF소설의 대표작이다. 대학 시절, 를 감명깊게 읽었던 만큼, 도 얼른 읽어서 현재와 미래를 논하는 멋진 어른(?)이 되고 싶었다.그러나 멋진 어른이 되는 길은 쉽지 않았다. 책을 사놓고 펼치기까지 수 개월, 또 덮었다가 다시 펼치기를 여러 차례 걸치고 나서야 힘겹게 결론까지 다다를 수 있었다. 완독하기까지 지난한 과정을 거치게 된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존이 쏟아내는 말투 때문이었다.문명과는 동떨어진 지역에서 살아가는 그에게 말과 글이란 오로지 책 뿐이다. 수십 번, 수백 번 반복하며 책 안에 있는 문장들을 오롯이 흡수하면서,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모두 셰익스피어의 문장 그 자체였던 것이다. 중세시대에나 쓰일 법한 문.. 2025. 7. 18. [서평] 장미와 나이프, 히가시노 게이고 (2025) 히가시노 게이고, 일본을 대표하는 추리소설 작가인 그는 한 해에도 몇 권씩 책을 내는, 말 그대로 괴물작가가 아닌가 싶다. 무릇 추리소설이라면 사건의 전말부터 등장인물, 그들간의 서사, 증거 물품, 수사에 혼선을 주는 요소들까지...비전문가인 내가 생각해도 꽤나 많은 준비과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마치 이야기 주머니를 몸에 달고 있는 것처럼뚝딱 1년에 몇 권씩 소설을 집필해내니, 추리소설계의 대가이자 요즘 말로는 추리소설계의 AI가 아닐까 싶다. 다만 이번에 출간된, 는 신간 소설은 아니고, 10년 전 출간했던 이라는 소설을 개정했다고 한다.개정판에서 책 제목을 바꾸게 된 이유는 아마도 독자의 기대를 끌어올려보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사실 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이번 단편선은 탐정클럽이라는 조.. 2025. 7. 16. [서평] 콘클라베, 로버트 해리스 (2018) 소설 그리고 영화 '콘클라베'는 주류라고 보기는 어려운, 잔잔한 서사의 이야기이지만올해 4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선종하신 순간과 영화의 개봉시기가 맞물리며 많은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었다. 그렇다고 단순히 타이밍이 좋아서 관심을 받았던 작품이냐고 묻는다면(특히 나같은 무교에겐) 비밀스러운 '바티칸'이라는 환경에 대한 호기심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세력간 정치관계.즉 미지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특수성과 인간으로서의 고뇌라는 보편성이 맞물리는 데에서 오는 흥미로움이 공존했다. 콘클라베는 가톨릭 교회에서 교황을 선출하는 비밀 회의를 의미하는 단어로, 교황님의 선종 이후 추기경단이 외부 환경과 차단된 채 새로운 교황님을 선출하는 과정을 가리킨다. 이 과정에서 '외부 환경과 차단된 채'라는 조건은 객관성을 얻기 위.. 2025. 7. 14. 이전 1 2 3 4 다음